'김복동' 논란에 답하다 - 감독과의 1문1답

2019-08-03

8월 8일 개봉하는 영화 ‘김복동’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한일 관계가 악화된 현 시류에 편승하며, 이미 해결된 문제로 정치적 여론 몰이를 하고, 감성팔이로 선동하는 영화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송원근 감독이 작품을 둘러싼 일부의 오해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습니다.

#1. 상업적 활용?

영화 ‘김복동’은 지난해 10월부터 기획이 시작됐고, 8월 8일 개봉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진행되었다.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기림일이고 1,400회 수요집회가 열리는 날이다. 1992년 1월 첫 수요시위가 열리고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린 수요일의 시위가 어느덧 1,400회를 맞는 날이기 때문에 이 날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어보고자 개봉일을 8월 8일로 잡았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8월 14일 수요시위에 참석하고, 15일 광복절의 의미를 기리도록 하고 싶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일정대로 충실히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다만, ‘아베 총리는 거들 뿐…

#2. 시류 편승?

역사를 잘못 이용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현 일본 정부이다. 영화 ‘김복동’에는 2015 한일 위안부 합의가 주요하게 등장한다. 현재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을 통해 해결이 되었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서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영화 ‘김복동’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로 사과했으니, 해결이 된 것이다’라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나온다.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죄의 대상이 이상하다. 분명 피해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인데, 아베 총리는 피해자에게는 단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은 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2015 합의는 결국 아베 총리에게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우리가 무슨 주장을 하던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말만 반복한다. 얼마 전 영화 ‘김복동’을 본 조국 전 민정수석은 ‘피해자의 동의 없는 정부 간의 합의는 2차 가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국에 편승하는 영화가 아니라 지금 시국을 이해하는 데 가장 적절한 영화이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이 영화를 보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화해치유 재단 해산으로 해결?

1992년 1월 일본대사관 앞에서 첫 수요시위가 열린 이래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향해 줄기차게 요구한 것은 ‘범죄인정’, ‘공식사죄’, ‘법적배상’, ‘역사교육’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피해자들의 요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 없었다. 가해자가 피해자들에게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았는데, 박근혜 정부는 2015 합의를 근거로 2016년 7월에 화해치유재단을 기어이 설립했다. 재단 설립금 10억 엔은 일본 정부가 제공했다. 재단 관계자들과 당시 주무부처 장관들까지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강요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사죄와 반성 없이 만들어진 재단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죄와 반성 없는 위로금은 1,000억 원을 줘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화해치유재단은 결국 지난 6월 17일 해산이 완료됐지만 일본으로부터 받은 10억 엔은 언제 돌려줄 지 알 수 없다.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해 온 김구 선생님은 생전에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가면서 발걸음 어지럽게 말라. 오늘 내가 디딘 발자국은 뒷사람의 길이 되리라’고 말했다고 한다. 2015년의 그 잘못된 합의가 피해들에게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게 어떻게 독이 되어 돌아오는지 여러분이 몸소 겪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4. 정치적 여론몰이?

지금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일본이 벌인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기획, 관리 하에 위안소가 설립 운영되었다는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당시 14~15살의 피해 할머니들은 성노예로 살았던 그 시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바라고 있다. 끔찍한 성범죄와 피해자로 살아온 세월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법적인 배상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증거가 없다는 말로 당시 일본군이 직접 개인하기 않았다고 주장한다. 당시 군의 지시가 담긴 문서도 부정하며 민간인들이 벌인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일본 내 혐한단체 사람들은 피해 할머니들을 향해 ‘창녀’, ‘자발적 참여’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영화 ‘김복동’은 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27년 간을 그 일본의 사죄를 얻기 위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알리는 영화이다. 일본 정부가 어떻게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지, 김복동은 그런 일본 정부를 향해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담담하게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이 영화는 김복동이라는 사람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짚어낼 뿐이다.

#5. 감성팔이 선동질?

우리는 흔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또 위안부 영화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 문제가 실제 어떤 상황 속에서 27년의 시간이 흘러왔는지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다. 그거 여러 가지 파편적인 뉴스들의 홍수 속에서 막연히 해결된 문제로 착각하고 살아왔다. 그런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김복동 할머니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해줬다. 그저 사실만을 전달할 뿐인데 보는 내내 눈물이 난다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 앞에서 할 말도 잃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김복동 할머니는 평소에 자신의 활동이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다시는 이 땅에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신념 하나로 고령의 아픈 몸을 이끌고 전 세계를 누비셨다. 그 할머니의 활동을 지켜보고 그 의미를 가슴에 새기도록 하고자 한 것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이다. 도도한 역사의 한복판에서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비극이 없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