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영화 ‘족벌’ 개봉...“언론지형 바꾸는 계기 됐으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의 5번째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이하 ‘족벌’)가 12월 중 온라인과 극장 등을 통해 개봉된다.
뉴스타파함께재단이 기획, 제작하고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공동연출을 맡은 영화 ‘족벌’은 2020년 창간 100년을 맞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감춰진 역사를 들춰내고, 한국 언론 신뢰 추락의 기원을 찾아가는 탐사 다큐멘터리다.
뉴스타파는 ‘족벌’을 연출한 김용진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만든 이유와 핵심 내용, 그리고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포인트 등을 미리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 거대 언론사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족벌-두 신문 이야기’를 만든 계기는?
답: 말씀하신 대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작업이죠. 조선과 동아는 한국에서 가장 크고, 역사도 오래된 언론사입니다. 한국 언론지형을 좌지우지했고, 여론에도 큰 영향을 발휘해 왔죠. 그런데 돌이켜보면 영화라는 장르가 이 두 신문을 정면으로 다룬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영화는 다른 매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다루는 소재, 대상이 자유로운데도 말입니다.
언론기관은 청와대, 국회, 검찰 못지않게 중요한 공적 기관입니다. 두 신문의 문제를 다룬 출판물이나 기사 등은 간혹 나왔지만 보다 많은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조선과 동아의 정체를 알리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특히 두 신문이 거대한 자체 스피커를 통해 100년 역사를 자화자찬하며 100년의 의미를 부각한 2020년은 역설적으로 이 작업을 하기에 딱 맞는 시기였죠.
조선일보, 동아일보 두 족벌 미디어 기업의 감춰진 역사 들춰낸다
문: 이 영화로 어떤 관객, 어떤 시청자를 만나고 싶었나요?
답: 사실 모든 국민이 봤으면 좋겠습니다만, 특히 조선과 동아 두 미디어기업의 겉모습만 보신 분들은 이 영화를 꼭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국 주류 언론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요즘 언론 신뢰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지만 그래도 많은 청년들이 언론사 입사를 꿈꾸고 있는데 취업 문이 좁다 보니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지원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언론 지망생들에게 과연 이 언론사가 내가 저널리스트로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두 미디어 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보시면 좋겠죠. 영화에 나오는 한 조선일보 해직기자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거기서 일하는 기자들이 참 불쌍하다. 기자를 하려면 거기에 들어가면 안 된다”
또 다른 해직기자는 “우리가 조선, 동아에서 해직된 이후로 단 한 번도 후배 기자들이 내부에서 저항 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라고 한탄합니다. 두 미디어 기업 종사자들도 아마 몰랐던 내용이 영화에 나올 겁니다. 조선, 동아가 언론다운 언론이 되려면 내부에서의 개혁이 필수적입니다. 막대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을 한 가문이 4대, 5대 세습하며 지배하는 것 자체가 한국 주류매체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죠. 내부에서 여기에 대해 최소한의 문제의식이라도 가졌으면 합니다.
▲ 뉴스타파 신작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를 연출한 김용진 감독
“조선, 동아가 올바른 언론으로 바로 서기를 기대하며 애정 담아 제작”
문: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나요?
답: 조선과 동아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지만 예전에 있었던 조선, 동아 폐간 운동이나 절독 운동 등을 겨냥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이 바로 서서 올바른 언론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일종의 애정이 담겨있다고 할까요. 한국 사회엔 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유서 깊고 권위 있는 신문이 없는지 늘 아쉬웠습니다. 조선과 동아, 두 미디어기업을 바꿀 수 있는 주체는 독자, 시청자와 내부 종사자밖에 없습니다. 4대, 5대 세습을 일삼는 개인 가문에 맡겨둬서는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 영화 '족벌-두 신문 이야기' 메인 포스터
문: 영화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궁금한데 살짝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답: 직접 보시고 확인하는 게 제일 좋겠죠. 하지만 미리 좀 알려드리면 먼저 영화 족벌은 크게 3개 파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각 ‘앞잡이’, ‘밤의 대통령’, ‘악의 축’이라는 소제목을 붙였습니다. 앞잡이는 일제강점기에 이른바 민족지 역할을 했다는 두 신문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건지 보여줍니다. 밤의 대통령에서는 독재 권력에 굴복하고 결탁한 내용이 나오고 이에 저항한 수백 명의 언론인과 이들을 무참히 축출한 사주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악의 축’은 민주화 이후 두 신문기업이 족벌 미디어 기업으로 변모하면서 스스로 권력이 된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화 ‘족벌’, ‘앞잡이’, ‘밤의 대통령’, ‘악의 축’ 세 파트로 구성
문: 영화 제목 ‘족벌-두 신문 이야기’와 소제목들 모두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족벌’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답: 제목을 두고 오랫동안 고심을 했습니다. ‘조동100년’ 등이 후보명이었는데 최종적으로 족벌을 택했습니다. 두 신문기업 100년의 역사를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는 제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문: 감독 입장에서 관객들이 ‘족벌’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포인트를 소개해 준다면?
답: 다양한 요소들이 들어있습니다. 블랙코미디, 스릴러, 드라마 장르가 골고루 섞여 있죠. 일단 재미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크레딧이 올라가면 잊어버리는 재미가 아니라 오래 기억에 남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또 하나는 영화 내내 조선과 동아의 흥미진진한 1등 레이스가 펼쳐지는데 이 부분도 눈여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친일, 독재부역, 변종 돈벌이 분야에서 이들은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칩니다. 각 분야에서 조선 동아 누가 더 뛰어났는가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두 신문의 치열한 친일, 독재부역, 변종 돈벌이 경쟁이 관람 포인트
문: 영화 러닝타임이 좀 길다고 하던데요?
답: 길긴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2시간 48분 정도 되는데, 작년에 나온 '아이리시맨'이 3시간 반 정도였죠. 거기에 비하면 짧죠. 물론 그런 거작과 맞비교 하자는 건 아닙니다. 동아 조선의 역사가 100년이고 두 신문 합치면 200년이죠. 사실 200년을 3시간 안에 압축하는 것 자체가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팔다리를 자르는 심정으로 최종판에선 몇몇 시퀀스를 덜어냈는데 편집된 부분은 별도의 콘텐츠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문: 개봉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답: 온라인과 극장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고, 현재 일정을 잡고 있습니다. 2020년이 100년인 만큼 올해 안에 보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면 뉴스타파 웹사이트와 SNS를 통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