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니 할머니의 원전이야기 ④ "매드 맥스터"를 막아라

2019-12-04


오늘은 부니할머니가 부니오사로 변신해봤어요.(매드맥스 주인공 퓨리오사 아시죠?)

여러분, 몇년 전 나온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라는 영화 다들 보셨죠? 핵 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 22세기가 배경이어서 그런지 생각나네요. 40년 전 멜 깁슨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매드 맥스”가 시작이라고 하죠.

지금 월성에도 “맥스터” 때문에 진짜로 미칠 것 같아요. 가족들 건강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픈데 말이죠. 저에게는 “매드 맥스터”인거죠.   



Q. 햄스터? 몬스터? 대체 ‘맥스터’가 뭐예요?


▲ 햄스터?? 몬스터??


아마도 처음 들어봤을 거예요. 제 생각엔 맥스터가 진짜 괴물일지도 몰라요. 괴물!


Q 맥스터가 영화 속 에이리언이나 용가리 같아요?

아뇨. 그렇게 징그럽게 생기지는 않았고, 생물체도 아니예요. 그저 사각형 상자처럼 생겼어요. 지금 월성 핵발전소 안에 있는데, 앞으로 더 만들거라고 하네요.


Q. 부니할머니, 맥스터가 뭔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핵발전소를 돌리면 핵폐기물이 생겨날 수밖에 없잖아요. 핵 발전에 연료로 쓰는 우라늄 연료봉이 발전소 안에서 핵분열을 일으키고 나면 엄청난 방사능과 열을 내뿜는 물질로 변해요. 이걸 ‘사용후핵연료’ 또는 ‘고준위핵폐기물’이라고 부르죠.

▲ 경수로형 사용후핵연료는 이렇게 생겼고요,



▲ 이건 중수로형 사용후핵연료에요.

사용후핵연료는 엄청나게 위험한 물질이라서 잘 처리해야 해요. 그 속에는 핵폭탄을 만드는 플루토늄도 있고,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세슘과 요오드도 있거든요. 핵폐기물 방사능이 얼마나 강하냐 하면, 바로 앞에 사람이 잠시라도 서 있으면 즉사할 정도예요.


▲ 핵폭탄을 만드는 재료인 플루토늄. 이름이 익숙하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때도 내부의 핵폐기물이 녹아내렸는데, 너무나 강한 방사선을 내뿜어서 관찰용 로봇을 넣어도 곧바로 고장났다고 해요. 일본 정부는 핵폐기물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을 철거도 못하고 있어요.

이런 핵폐기물이 우리나라에 무려 1만 5천 톤이 넘게 있어요. 10톤짜리 화물 트럭 1,500대 분량이에요. 그 중에 절반이 넘는 8천 톤이 제가 사는 월성원전 안에 보관돼 있어요. 영구처분장을 만들어 안전하게 잘 보관해야 하는데, 지난 수십년동안 마련하지 못했거든요.


▲ 월성원전에 있는 맥스터의 모습

그래서 원전 지역에 맥스터라는 시설을 만들어 임시로 보관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핵폐기물을 금속 깡통에 넣고 이걸 시멘트 콘크리트로 덮어서 놔둔 게 맥스터죠. 시멘트 콘크리트가 방사능을 다 막아준다고 하긴 하는데, 이걸 믿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에요.

몇십년 째 보관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맥스터 시설을 더 늘린다고 하니까. 그러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제가 사는 월성에 놔둬야 하는지 모르잖아요. 맥스터가 우리 눈에는 ‘괴물’로 보이는 거죠.


Q. 그럼 핵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방사능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는 게 최선이지요. 그런데 방사능이 안전한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10만 년 이상 걸린다고 해요. 그래서 과학자들과 정치가들은 핵발전소가 생기고 나서부터 고민에 빠졌어요.

바다 깊은 곳에 빠뜨리자는 생각을 했다죠. 그런데 핵폐기물을 담은 깡통이 바닷물에 부식되고 구멍이 생기고, 방사능 물질이 새어나와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걱정때문에 곧 포기했어요.


▲ 남극이나 호주의 사막에 묻자고 하는 주장도 있었는데, 역시 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커서 시도하지 못했어요.

우주로 멀리 쏴 버리자는 과학자들도 있었는데, 우주로 올라가다가 폭발하면 지구종말이라는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어 역시 포기했어요.

러시아나 영국 같은 몇몇 나라들은 바다에 무단으로 버리기도 했어요. 1997년도 대만이 북한에 핵폐기물을 수출하려다 발각되기도 했죠.


Q. 그럼 핵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과학자들과 정치가들이 합의한 내용은 튼튼한 암반층을 찾아서 500미터 이상의 깊이로 동굴을 파고 그 속에다 핵폐기물이 들어 있는 깡통을 집어넣은 후에 흙으로 메우고 입구를 시멘트로 영원히 막아버리자는 것이었어요.

많은 나라들이 튼튼한 암반층을 찾아 나섰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나라는 핀란드와 스웨덴 두개 나라 뿐이에요. 그런 땅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고 해요. 10만 년 동안 지진이 날 가능성도 없어야 하고요, 지하수가 지나가면 안된다고 해요. 바윗덩어리 한 개로 된 땅이어야 한대요. 그래야 밖으로 새나갈 가능성이 없겠죠. 우리나라에는 그런 땅을 찾기가 정말 어렵답니다.


▲ 핵폐기물을 10만 년 동안 보관하는 핀란드의 온칼로

Q 핵폐기물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핵발전소 안에 있어요. 고리원전, 영광원전, 울진원전 안, 수영장 같은 시설을 만들어 핵폐기물을 물 속 깊이 넣어서 식히고 있어요. 이걸 ‘사용후 핵연료 습식저장조’라고 하는데, 물이 방사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요. 


▲ 사용후 핵연료 습식저장소는 이렇게 생겼어요.

그런데 물 속에 두는 건 말 그대로 임시처방이에요. 6년 정도 지나면 꺼내서 안전한 저장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핵폐기물 저장시설이 없다보니까 그냥 30년째 물 속에 두는 거예요. 점점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 양이 늘어나고, 빽빽하게 집어넣게 되고, 빽빽한 정도가 선을 넘어버리면 그만큼 위험하겠죠.

월성원전은 이미 습식저장조가 가득 차서 일부를 꺼내서 땅 위에 보관하려고 ‘맥스터’라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었지요. 이 맥스터에 핵폐기물을 20년 넘게 보관하고 있어요.


▲ 저 멀리 맥스터가 보이죠? 그런데 이 맥스터도 가득 차서 맥스터를 또 짓는다고 하네요..

Q 맥스터 추가 증설,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는 모든 국민이 다 쓰고 있잖아요. 반도체 공장이나 수많은 산업현장에서도 핵발전소의 값싼 전기를 사용하며 혜택을 보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전기를 생산하는 원전과 인근 주민들은 어떤지 생각해 본 경우는 별로 없을 거예요. 


서울대 교수님 얘기를 들어보니, 핵폐기물을 담을 구리 깡통이 너무 비싸서 지금은 핵폐기물 영구처분이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핵폐기물 대책도 없으면서 핵발전소를 돌리는 건 사실 무책임한 거예요.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도 자꾸 월성에만 떠넘기지 말고 다 같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오갈 데 없는 핵 폐기물을 월성같은 원전이 있는 지역이 떠안게 되는 현실말이에요.


월성 사람들은 이런 두려움이 있어요. 아마도 10년이 지나면, 월성원전도 문을 닫을 거예요. 수명이 끝나니까요. 원전 시설은 철거하겠죠. 하지만 핵폐기물은 갈 곳이 없어요. 그 때가 되면 원전은 없지만 대신 핵폐기물만 잔뜩 있는 폐허가 될지도 몰라요. 미국 메인주 위스카셋 지역의 메인양키 핵발전소가 철거된 후에도 핵폐기물 시설은 여전히 흉물처럼 남아 있다고 하잖아요.


▲ 원전 철거 후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만 남은 미국 메인양키

월성에 더이상 흉물이 생기지 못하도록 여러분이 우리 이야기를 담은 영화 월성을 많이 봐주세요. 작지만 강한 영화 월성이 많이 알려질수록 월성사람들이 더욱 힘이 날 것 같아요.







글 남태제 감독
디자인 이도현
편집 허현재, 박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