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니 할머니의 원전이야기① 체르노빌, 판도라 그리고 월성 나아리

2019-11-27



미드 ‘체르노빌’, 영화 ‘판도라’… 현실은 어떨까요?


미국 HBO제작드라마 ‘체르노빌’(2019)


원전폭발을 다룬 영화 ‘판도라’

Q1. 미드 체르노빌을 보면요. 방사능에 노출된 연구진의 피부가 녹아 있잖아요. 방사능에 피폭되면 진짜 그렇게 되나요?

부니 :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런데 체르노빌에 묘사된 피부의 상태는 방사선 피폭보다 열로 인한 극심한 화상에 가까운 모습이에요.

이론적으로는 5Gy(그레이 : 방사선의 흡수선량의 단위) 이상의 방사선이 피부에 일시에 노출되면 수포, 피부궤양이 생기고 심할 경우 피부가 괴사됩니다.

높은 선량의 방사선은 피부 화상 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주는데요.

50Gy 이상의 방사선을 일시에 받으면 심혈관계, 위장관계, 중추신경계 합병증으로 72시간 내에 사망하죠.

5Gy를 일시에 받으면 2주 안에 대부분 사망합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는 방사선으로 피부가 녹아내리기 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큰 거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당시 모스크바 제6병원에 입원한 피폭 환자들 중 5Gy 이상의 방사선을 일시에 받은 사람은 24명, 11Gy 이상을 받은 사람은 6명이었다고 하네요.

(참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Q2. 미드 체르노빌처럼 실제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는 정말 수십 초만에 일어났나요?

출처 = 네이버 왓챠플레이 체르노빌 트레일러

부니:

미드 체르노빌의 첫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 '1:23:45'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났던 최초 시간인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3분 45초를 뜻합니다.

체르노빌 폭발사고는 핵발전소에 공급되는 전기가 끊길 경우 어느정도 발전소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하다가, 연구진들이 제어봉을 잘못 조작해서 벌어진 사고인데요.

그 실험을 시작한 시간이 오전 1시 23분 4초로 알려져 있어요.

그렇다면, 불과 41초만에 사고가 일어난 셈이죠.

제어봉 오작동이 일어난지 1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것이죠.


Q3. 영화 판도라는 어떤 실화를 근거로 한 영화인가요?

출처 = 네이버 영화 판도라

부니:

영화 판도라의 스토리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의 과정과 매우 유사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도 강진에 이은 쓰나미가 덮치면서 전기공급이 중단되고 원자로의 냉각수 공급이 끊기면서 원자로가 터졌거든요.

근데 판도라 영화가 제작되던 2016년 9월 경주에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일어났어요. 경주 바로 옆에는 핵발전소가 6개 있잖아요. 월성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사람들이 느끼기 시작했죠.


Q4. 영화 판도라에서 사고 수습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 하던데요. 실제로 그런가요?

출처 = 네이버 영화 판도라

부니:

영화 판도라에서 목숨을 걸고 핵발전소 안으로 들어가서 사용후핵연료의 폭발을 막아 최악의 사태를 막아낸 사람들은 한수원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죠.

만약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누가 현장에 투입될까요?

예측은 가능합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월성 핵발전소 1호기의 압력관을 교체하는 공사를 했습니다. 압력관은 핵연료가 핵분열을 일으키는 공간으로, 압력관 교체 작업은 고농도 방사능에 피폭될 가능성이 높은 ‘극한 작업’이었어요.

이 작업은 누가 했을까요?

한수원 정규직이 아닌, 하청업체 한전 KPS가 임시고용한 일용직 하청노동자들이 했습니다.

실제 일부 노동자들은 작업 이후 혈액암 판정을 받았고, 현재 한수원을 상대로 산업재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Q5. 영화 판도라에서 핵발전소 폭발이 일어나니까 인근 주민들이 대피를 하잖아요. 그런데 도로가 꽉 막혀서 대피하기가 어렵던데, 실제로 그럴까요?

출처 = 네이버 영화 판도라

부니:

영화 판도라에서 폭발하는 핵발전소는 고리1호기를 모델로, 주민들이 대피할 때 꽉 막히는 도로는 고리1호기 앞의 31번 국도를 모델로 한 것이에요.

31번 국도는 고리핵발전소 반경 5km 이내 1만 7천 명이 대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데, 왕복 2차로 도로입니다.

영화에서는 주민들이 각자 차를 끌고 나오면 영화에서처럼 꽉 막히게 되는데요.

월성핵발전소 앞 도로 역시 왕복 2차로거든요.

경주 시내 방향이나 울산 시내 방향 모두 반경 5km 이내는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랍니다. 월성 핵발전소 반경 8~10Km 이내에는 약 1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월성핵발전소에서 경주와 울산으로 나가려면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실제 2017년에는 태풍으로 산사태가 났고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터널 두 곳이 동시에 막혀 외부와 연결이 일시 차단된 적이 있습니다.

더구나 핵발전소 중대사고시 인근 지역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릴 지 원전 당국은 대피 시뮬레이션 조차 하지 않고 있어요.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부니 할머니의 집


제가 살고 있는 곳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예요.

옛날에는 월성이라고 불렸던 곳이죠.

이 곳에서 남편, 손자, 손녀와 함께 3대 째 살고 있지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저를 포함해 월성 주민들은 핵발전소 사고 나면, 어디로 대피해야할 지 걱정이 많답니다. 12월 12일 개봉할 영화 ‘월성’에서 우리들의 현실을 보실 수 있어요.

글 : 남태제 감독 
디자인 : 이도현
편집 : 허현재 박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