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니 할머니의 원전이야기 ⑤ 핵발전과 갑상선암

2019-12-19


“양남면 수렴리 신O자.
양남면 하서리 서O남.
양남면 상라리 오O자입니다”

영화 <월성>을 보신 분들이 인상적이라며 첫 손에 꼽는 장면. 월성원전 주변에 살면서 갑상선암 확진을 받은 할머니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또박또박 이름을 말하는 대목이죠.

오늘은 이 영화 씬에 대해 더 자세히 답해드릴게요. 하나 하나 풀어볼까요?



Q 1. 한수원과 소송을 벌이는 618명은 모두 갑상선암 환자인가요? 

맞아요. 618명은 모두 갑상선암 환자입니다.

우리나라 4개 원전단지 반경 10km 이내 5년 이상 살고 있는 주민들이에요.

월성원전 인근 주민 94명,

고리원전 251명, 영광 한빛원전 126명, 울진 한울원전 주민 147명이죠.

실제 소송에 참여는 안했지만, 원전 주변에 갑상선암 환자는 더 많아요.


소송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엄마와 딸, 아들 일가족 3명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경우도 있고, 3부자가 갑상선암 수술을 받기도 했지요.

영화에 등장하는 감포읍 대본리의 경우, 월성원전에서 약 5km 떨어졌는데요, 해녀 일을 하는 할머니 9명이 비슷한 시기에 갑상선암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할머니들은 물에 들어가고 나올때, 방사능이 들어 있는 바닷물을 먹어서 그런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해요.


Q 2. 공동소송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부산 고리원전 근처에 살다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균도 어머니' 가 발병의 원인이 원전 방사능이라며 2012년 한수원을 상대로 건강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냈어요.


▲ 사진 출처 : 시사인

2014년 10월 17일, 1심 판결이 나왔는데, 고리원전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 1,500만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죠.

이 판결이 알려지면서 4개 원전 지역 갑상선암 환자 618명이 함께 모여 2015년 2월 핵발전소 운영자인 한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어요.

나도 618명 원고 중 한명이에요.


우리들의 주장은 이래요. 핵발전소를 가동하면서 방사성 물질을 공기와 물로 배출했고 핵발전소 옆에 살면서 방사성 물질에 피폭을 받았어요. 그래서 핵발전소가 갑상선암 발병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는 거죠.


Q 3. 재판 과정에서 한수원의 입장은 뭔가요?

한수원은 그동안 핵발전소가 배출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절대로 갑상선암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Q 4. 다른 나라의 핵발전소 주변에도 갑상선암 환자가 많나요?

외국의 경우, 핵발전소 주변에 갑상선암 환자가 얼마나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미국과 벨기에에서 한 차례씩 연구를 하긴 했는데, 연구 기간이 짧고 대규모 추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어요. 또한 원전주변 주민들의 갑상선암 재판도 별도로 없었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공동소송이 처음인 셈이에요.

다만, 1945년 핵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주민들에게 갑상선암이 증가됐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도 원전 폭발사고 이후, 소아 청소년의 갑상선암 발병이 늘었다는 연구 보고가 있어요.


Q 5. 갑상선암 발병이 핵발전소와 관련 있다는게 입증됐나요?

핵발전소에서 일상적으로 배출하는 낮은 방사능이 갑상선암의 원인인지, 논란은 여전해요.

하지만, 서울대학교와 정부가 약 20년 동안 추적조사를 한 게 있어요. 2015년 서울대 백도명 교수팀이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핵발전소 반경 5km 이내의 주민들이 30km 바깥에서 사는 주민들에 비해 갑상선암이 2.5배 더 많이 발병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특히 여성들의 경우 유의미한 결과라고 해요.


▲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반면, 원자력계에서는 핵발전소 주변에서 갑상선암이 많이 발병했다는 사례가 외국에는 없다고 주장해요.

그런데, 미국, 프랑스, 일본 등과 달리 고리, 월성 등 우리나라 핵발전소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수십 배에서 수만 배나 더 나왔어요. 고리원전에서는 1979년과 1992~1993년 사이에 방사성 요오드 대량 유출 사고가 있었고, 월성원전에서는 중수 누출로 인해 사람들이 피폭당한 사고가 여러 번 있었어요. 더구나 외국의 경우 원전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도 적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리라고 생각해요.


Q 6 . 다른 암 발병도 핵발전소와 연관이 있나요?

미국, 영국, 프랑스 세 나라가 합동으로 핵발전소에서 1년 이상 일한 노동자 30만 명을 30년 이상 추적조사한 연구결과가 있어요. 2015년에 발표된 'INWORKS'라는 연구인데요.


▲ 방사능 누적량에 따른 암 비율 증가를 나타낸 INWORKS 연구. (출처 : The BMJ)

연구결과를 보면, 아무리 적은 방사능을 받아도, 방사능 피폭량, 그러니까 핵발전소에서 일한 기간에 비례해서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해요. 특히 백혈병과 혈액암의 발병률도 방사능 피폭량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핵발전소와 암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죠.


Q 7. 갑상선암 618명 공동소송 재판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2015년 2월 어렵게 소장을 냈는데 벌써 4년이 넘었네요. 2018년 3월 10차 변론이 진행된 이후 1년 6개월 넘게 재판은 열리지 않고 있어요. 1심 판결을 앞두고 중단된 것이지요.


같은 갑상선암 환자인 '균도 어머니'의 경우, 2014년 1심에선 승소했지만, 지난 8월 부산고등법원 2심 재판에선 졌어요. 재판부가 갑상선암의 원인이 핵발전소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요. 균도 어머니는 현재 대법원에 상고를 한 상태예요.


글 남태제
편집 이도현 허현재 박종화